맞춤법

법정 진술문에서 발생한 맞춤법 논란 사례 정리

zudi 2025. 7. 5. 19:17

법정 언어와 맞춤법

 

법원 등 사법기관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을 넘어, 판결과 해석에 직결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특히 법정 진술문은 피고인, 증인, 피해자, 변호인 등의 발화를 기록한 문서로, 판사의 판단, 변론의 진행, 증거의 신뢰성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진술문은 종종 말 그대로 채록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수사관이나 법원 직원이 정리한 문장으로 최종 작성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진술문이 맞춤법 오류나 부정확한 표현으로 인해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단어 하나의 철자, 문장 부호의 위치, 조사 하나의 사용 방식에 따라 문장의 의도가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결과 진술의 신빙성을 흐리거나 법적 책임을 오도하게 될 수 있다. 실수로 보이기도 하지만, 법정에서는 그 하나하나가 매우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법정 진술문에서 발생한 맞춤법 논란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그 원인과 파장을 분석한다. 또한 법률 문서 작성에 있어 맞춤법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향후 언어 정확성과 법률 문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향성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맞춤법 오류로 의미가 왜곡된 법정 진술문 사례

법정에서 제출된 진술문 중에는, 맞춤법 오류로 인해 내용이 왜곡되거나 의도가 불명확해진 사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철자 하나, 띄어쓰기 하나의 차이가 진술의 진실성에 영향을 끼친 경우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안 된다’와 ‘안된다’의 사용이다. 어느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은 경찰 조사 당시 ‘폭행은 안 된다’고 진술했다고 기록되었으나, 정식 진술문에는 ‘폭행은 안된다’로 붙여 쓰였다.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와 같은 오기(誤記)가 문장 속 부정의 경중을 흐릴 수 있다고 본다. ‘안 된다’는 분명한 규범적 판단의 표현이고, ‘안된다’는 문장 흐름상 사실 서술처럼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진술문의 표현은 피고인의 법 감정 수준을 해석하는 데 혼란을 주었고, 이를 두고 변호인 측과 검찰 측이 해석을 두고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않다’와 ‘안-’의 구별 실수다. 한 민사 소송에서 피해자 진술문에는 ‘상대방이 욕하지 안았다’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서 ‘않았다’가 아닌 ‘안았다’로 기록된 바람에, 문장은 욕을 했다는 의미로 오독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한 표기 오류는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문장의 전체 취지를 왜곡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 진술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실수는 종종 수사관의 구술 정리 과정이나 필기 속도에 따른 타이핑 오류로 발생하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법정 언어에서는 모든 표현이 의도적 진술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법률 용어와 맞춤법 사이의 모순적 긴장

법률 문서나 진술문에서는 종종 일반적인 맞춤법과 상충되는 표현이 관행적으로 사용된다. 이는 법률 문장이 보수적이고 형식 중심적으로 작성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함’ 체의 문장이다. 일반 글쓰기에서는 부자연스럽고 경직된 표현으로 여겨지지만, 법률 진술에서는 흔히 사용된다. 예: "피고인은 폭행을 행함" 또는 "진술함에 따라 기록함".

문제는 이러한 표현이 일반 맞춤법 규칙과 어긋나거나 모호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행정소송에서는 ‘부정행위를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고치 아니하였음’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되었다. ‘신고하지 않았다’가 더 자연스러운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신고치 아니하였다’는 구문은 고문체와 과도한 부정 표현으로 해석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결국 이 표현은 피고 측의 의도 전달 실패로 간주되어, 판결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또한 일부 진술문은 ‘법령용어’를 과도하게 끼워 넣으면서 일반 문맥과 맞지 않는 맞춤법 오류를 유발한다. 예컨대 ‘기망하여 재물을 수취함’이라는 표현은 ‘속여서 물건을 받았다’는 뜻이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낯선 용어들이 섞여 있어 문장 전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피고인이 진술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결국 맞춤법과 법률 문체의 간극은 단순한 언어적 차이가 아니라, 법적 효력과 당사자의 권리 보호에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이다.

 

진술문 작성 과정에서 맞춤법 오류가 반복되는 원인

법정 진술문에서 맞춤법 오류가 반복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가 작용한다.

첫째는 작성자의 언어 역량 문제다. 경찰서나 검찰청, 법원에서 진술문을 정리하는 업무는 대부분 수사관, 서기, 법률 사무원 등 담당자의 재량에 맡겨진다. 그러나 이들이 반드시 국어 문법에 정통한 것은 아니며, 특히 빠르게 작성해야 하는 현장 상황에서는 철자나 어미 사용이 생략되거나 틀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둘째는 구술 내용의 기록 방식이다. 진술은 대부분 음성으로 전달되며, 그 내용을 서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실시간 받아쓰기 또는 편집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구어체 표현이 문어체로 변형되며 맞춤법 오류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특히 ‘-요’, ‘-습니다’, ‘-했어요’, ‘-했다’와 같은 종결어미는 발화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진술의 뉘앙스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셋째는 검토 시스템의 부재이다. 진술문은 피진술자가 서명하거나 날인함으로써 법적 효력을 갖게 되는데, 이 전에 전문적인 문법 감수나 편집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서류의 양이 많고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는 맞춤법보다 진술의 ‘속도’와 ‘분량’이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맞춤법 오류는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상태이며, 근본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맞춤법 정비를 통한 법정 진술문의 신뢰성 회복

맞춤법은 단순히 글을 예쁘게 쓰기 위한 규칙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 전달의 정확성을 확보하고, 문장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언어 장치다. 법정에서 사용되는 진술문은 단어 하나, 부호 하나가 판단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법의 역할은 일반적인 글쓰기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은 맞춤법 오류가 피진술자의 의도와 상반된 의미로 전달되거나, 법률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개인의 권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법정 진술문 작성에 있어 맞춤법 오류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진술문 작성 과정에 국어 교육을 받은 문서 검토 인력을 배치하거나, 맞춤법 감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진술자가 문장을 충분히 읽고 이해한 후 서명하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읽을 수는 있지만 해석은 안 되는’ 문장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조계 전반에 걸쳐 ‘법률 문장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여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언어는 법의 울타리를 구성하는 기초다. 그 언어가 정확하지 않으면, 법도 정의롭게 작동하기 어렵다. 맞춤법을 소홀히 여기는 관행에서 벗어나, 언어의 신뢰성과 판결의 신뢰성이 함께 올라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