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치과 앞에 세워진 안내문이 우리의 시선을 끌 때가 있다. 치과를 홍보할 목적으로 제작된 안내문에는 "충치 치료해드림니다", "스켈링은 보험대상 되세요", "임플란트는 상담받아보세여" 같은 문구들을 담고 있다. 우리는 간판이나 전단지, 혹은 현수막이나 팻말 등 치과 진료와 관련된 안내에서 맞춤법 오류는 꽤 자주 발견된다.
이런 맞춤법 실수는 환자와의 첫 만남에서 병원이 전달하는 인상 자체를 결정짓는 언어적 장치이기도 하다. 치과라는 전문 의료 서비스 공간에서 어문 규칙이 지켜지지 않은 안내 문구가 노출될 경우, 세심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저하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맞춤법 실수는 대체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특정한 표현이나 단어에서 자주 발견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번 글에서는 치과 진료안내 팻말에 자주 등장하는 맞춤법 오류들을 중심으로, 실수의 원인과 그에 따른 인식적 영향을 짚어본다. 또한 팻말 제작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언어적 요소를 분석하고, 실무적인 개선 방향도 함께 제안해 본다.
치과 진료안내 팻말에서 반복되는 맞춤법 오류들
1. 맞춤법 오류의 유형: 발음 중심 표기로 생긴 오해
치과 안내 문구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실수는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표현이다. "임플란트 문의는 여기로 해주세여"라는 문장은 말로 들었을 땐 자연스럽지만, '해주세여'는 올바른 표기가 아니다. 정확한 형태는 '해주세요'이다. 이렇게 말투를 그대로 글자로 옮길 경우, 맞춤법 기준과 어긋나는 오류가 쉽게 발생한다.
또 다른 예로 "스켈링은 보험이 적용됨니다"가 있다. 이 문장에서 '됨니다'는 구어체적 오류이며, '됩니다'가 맞는 표기다. 'ㄴ'과 'ㅁ'이 어중간하게 혼합되는 발음 습관이 글로 그대로 옮겨지면서 생기는 실수다.
이러한 오류들은 치과 소속의 직원이 손글씨로 팻말을 작성하거나, 급하게 프린트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주 나타난다.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문구는 내용보다 어색한 표기가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2. 맞춤법 오해를 부르는 단어 선택
간혹 맞춤법 자체는 틀리지 않았지만, 의도한 의미와 다른 단어를 선택해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신경치료는 3회 방문 시 완성됩니다"라는 문장에서 '완성'이라는 단어 선택은 적절하지 않다. 신체에 시행되는 의료 행위를 설명할 때 '완료', '종결', '시술 종료' 등이 보다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이와 같이 맞춤법에는 맞더라도 맥락상 어색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단순한 오타보다도 더 심각한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교정 없이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어느 치과의 외벽 안내판에는 "충치 발병 시 즉시 치료 권장합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었다. '발병'은 감염병, 질환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지만, 치아의 변질을 설명할 때는 '충치 발생', 혹은 '충치 증상 시작'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3. 맞춤법 오류로 생기는 신뢰도 저하
환자는 병원 선택 시 진료 과목뿐 아니라, 공간에서 느껴지는 청결함, 안내 체계, 언어 표현에서도 판단 기준을 세운다. 특히 치과처럼 긴장을 유발하는 병원 환경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환자가 가지는 병원의 신뢰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지역 치과에서는 "진료시간: 평일 아침 9시 부터 밤 9시 까지"라고 적힌 팻말이 있었다. 이 문장은 시각 정보 전달이라는 본래의 목적에는 성공했지만, '부터'와 '까지'를 띄어쓴 점은 엄연히 맞춤법 오류다. 부사격 조사와 조사 사이에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의미 단위가 끊기고 시각적인 흐름도 떨어진다.
맞춤법 실수는 정보 전달뿐 아니라, 병원 운영의 전반적 세밀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팻말 하나에도 오류가 보인다면, 치료 과정에서도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맞춤법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실무적 접근
치과 진료 안내문 제작은 대부분 외부 업체나 내부 스태프를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문 교정이 생략된 채 인쇄물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접 작성하거나 프린터 출력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맞춤법 오류도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단순히 교정 프로그램에 의존하기보다, 문장을 작성하는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단어 선택과 문법 적용이 필요하다. 안내문 문구는 최대한 짧고 간결하면서도, 어휘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의료 용어와 일상어를 혼용할 때, 그 사이 경계에서 맞춤법 오류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진료의 첫인상, 맞춤법이 바꾸는 신뢰의 기준
치과 진료 안내 팻말은 병원이 환자에게 보내는 첫 번째 메시지다. 이 메시지 속에 담긴 맞춤법이 틀렸다는 것은, 작지만 분명한 신뢰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맞춤법 실수는 외부 제작자의 책임이라기보다는, 병원 운영자가 언어에 대해 얼마나 세심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안내 팻말의 문장은 단순할수록 더욱 정확해야 하며, 의료 환경에서의 언어는 의학적 정보 못지않게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치과 진료안내 팻말에서 반복되는 맞춤법 오류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은 내용을 제작하는 사람이 ‘눈에 익숙한 표현’을 쓰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글자가 환자를 향해 먼저 말하는 공간에서 그 말이 정확하고 깔끔해야만 병원 전체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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